밥 로스의 그림 경매와 머리카카락 박물관 폐쇄: 예술 유산의 새로운 여정

최근 미국에서는 두 가지 독특한 예술 소장품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 나서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재정난에 처한 공영 방송을 살리기 위해 전설적인 화가 밥 로스의 작품이 경매에 부쳐졌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 세기 동안 이어져 온 머리카락 예술품 컬렉션이 전국의 박물관으로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예술의 가치와 역사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공영 방송 지원을 위한 밥 로스 그림 경매

수십 점에 달하는 밥 로스의 그림들이 공영 방송 지원 기금 마련을 위해 경매에 출품될 예정입니다. 이 작품들 중 다수는 그를 유명인사로 만든 PBS 프로그램 ‘그림을 그립시다(The Joy of Painting)’에서 직접 그렸던 것들입니다. 독특한 아프로 헤어스타일과 부드러운 목소리, 긍정적인 태도로 유명했던 밥 로스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이 예술을 만들고 감상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림을 그립시다’는 1983년부터 1994년까지 400개 이상의 에피소드가 방영되었으며, 그는 1995년 52세의 나이로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밥 로스의 영향력

밥 로스의 영향력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의 쇼는 여전히 PBS에서 방영되고 있으며, 훌루(Hulu)나 트위치(Twitch)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찾으면서 그의 인기는 다시 급상승했습니다. 공인 강사들은 계속해서 그의 ‘웨트 온 웨트(wet-on-wet)’ 유화 기법을 가르치고 있으며, 2019년에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그의 작품 여러 점을 영구 소장품으로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경매 수익금의 목적과 기대 효과

이번 경매는 비영리 배급사인 아메리칸 퍼블릭 텔레비전(APT)이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 삭감으로 타격을 입은 공영 방송사들을 돕기 위해 기획했습니다. 경매를 주관하는 본햄스(Bonhams)는 이번 경매가 “밥 로스의 원작 작품 중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습니다. APT는 판매 순수익금 전액을 전국의 APT 및 PBS 방송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이 기금은 특히 소규모 및 지방 방송국들이 ‘아메리카 테스트 키친’, ‘릭 스티브의 유럽’ 등 인기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데 필요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는 데 사용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방송국들은 교육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 다른 중요한 운영 및 지역 콘텐츠 제작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한 세기의 역사를 담은 ‘머리카락 박물관’ 폐쇄

한편, 미주리 주 인디펜던스 시에 위치했던 ‘레일라의 머리카락 박물관(Leila’s Hair Museum)’이 약 30년간의 운영을 마치고 문을 닫았습니다. 박물관 벽은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100년 이상 된 화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유리 진열장에는 고인의 머리카락으로 엮은 목걸이와 시계줄 등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역대 대통령이나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의 머리카락으로 추정되는 소장품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소장품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서

박물관 설립자인 레일라 쿠훈 여사가 지난해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녀의 손녀인 린지 에반스가 3,000점이 넘는 소장품을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소장품들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워싱턴 D.C.의 국립 여성 미술관 등 미국 전역의 박물관으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에반스는 “소장품을 새로운 곳으로 보내는 과정이 할머니를 애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머리카락 예술의 역사와 가치

머리카락을 이용한 예술은 1800년대 중반에 가장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당시 여성들은 세상을 떠난 가족의 머리카락을 꼬아 장신구를 만들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엮어 화환을 만들어 가족의 역사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사진 기술이 발달하면서 1940년대에 이르러 이러한 예술 형식은 쇠퇴했습니다. 주로 여성들이 만들었던 이 예술은 주류 박물관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습니다. 설립자 쿠훈 여사는 미용사로 일하던 1956년, 골동품 가게에서 머리카락으로 만든 예술품을 우연히 발견한 것을 계기로 평생에 걸쳐 버려질 뻔한 작품들을 수집하고, 관련 서적을 집필하며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들을 양성하는 데 헌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