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더 무비’ — 화려한 차들, 강렬한 감정, 그리고 브랜드 전략의 집약체

감독 조셉 코신스키, 베테랑의 가치를 다시 조명하다

‘탑건: 매버릭’으로 세계적인 흥행을 이끈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이번에는 포뮬러1®을 무대로 한 신작 ‘F1: 더 무비’로 돌아왔다. 영화는 전 세계에서 고급 스포츠로 여겨지는 포뮬러1을 중심으로, 단순한 레이싱 영화가 아닌 세대를 아우르는 경험과 팀워크, 베테랑들의 귀환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특히 이 영화는 제목에까지 등록상표 기호(®)를 넣어 지적재산권이 핵심인 프로젝트임을 분명히 드러낸다.

브랜드와 드라마, 경계를 허문 서사

‘F1: 더 무비’는 단순한 레이싱 드라마를 넘어 브랜드 마케팅의 전면에 서 있다. 메르세데스, 페라리, 피렐리 같은 세계적 기업의 로고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영화는 이러한 상업적 맥락을 넘어서기 위한 장치로 주인공의 내면을 조명한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하는 주인공은 젊은 시절 유망했던 F1® 드라이버였지만, 여러 선택의 실수와 위험으로 커리어가 꺾인 인물이다. 그는 친구이자 전 동료인 루벤 세르반테스(하비에르 바르뎀)의 팀을 구하기 위해 다시 서킷에 돌아온다.

이 캐릭터는 명예나 돈, 경쟁심보다는 아버지와의 유대, 그리고 운전의 아름다움에 대한 개인적 감정으로 다시 핸들을 잡는다. 이처럼 영화는 F1이라는 초고가 스포츠의 이미지를 탈피해 인간적 서사를 강조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미국 시장을 향한 F1의 전략

이 영화는 단순한 영화가 아닌, 미국 시장에서 F1®의 입지를 넓히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2024년 보도에서 “미국에서 F1의 미래는 불투명해 보였으며, 연간 한 번의 경기조차 과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내 F1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으며, ‘F1: 더 무비’는 이러한 열기를 더욱 끌어올리려는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영화는 중국 시장까지 고려해 제작된 만큼, 광고와 엔터테인먼트의 경계가 거의 사라진 현시대의 특성을 반영한다. 마치 ‘퓨처라마’ 같은 미래 사회에서 광고가 사람의 꿈속까지 침투하는 모습처럼, 이 작품도 상업성과 감동을 하나로 엮어낸다.

브래드 피트, 인생 2막을 달리다

60대를 넘긴 브래드 피트는 이 작품을 통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탑건’에서 톰 크루즈가 전설적인 조종사로 복귀했던 것처럼, 피트 역시 한때 최고였지만 지금은 잊힌 레이서로서 관객 앞에 선다. 그의 복귀는 단순한 승리를 넘어 우정, 경험, 재도전이라는 가치를 상징한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탑건’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경험 있는 이들의 귀환’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팀워크와 세대 간 연결을 강조하는 점도 눈에 띈다.

멕시코의 스타, 체코 페레스의 등장

이번 영화에서 멕시코 팬들의 관심을 끈 또 다른 인물은 바로 세르히오 ‘체코’ 페레스다. 2024년 레드불 레이싱에서 이탈한 그는 2025년에는 F1의 메인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영화에 등장해 존재감을 과시한다.

페레스는 영화 속에서 레이스 전 국기 게양식 장면에서 클로즈업되며,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소니 헤이스와 트랙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장면에서도 주요 역할을 맡았다. 이는 F1에서 여섯 번의 우승을 차지한 멕시코 최고 드라이버로서의 그의 입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론: 상업성과 감동, 그 사이의 긴장

‘F1: 더 무비’는 상업성과 감성, 브랜드와 서사 사이의 균형을 꾀하며 관객을 끌어들인다. 비판적으로 바라보면 브랜드 확장이라는 전략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포뮬러1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조차 이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그만큼 완성도 있는 연출과 흡입력 있는 서사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