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SF 대작 ‘트론: 아레스’가 개봉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3,350만 달러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1억 8,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의 전 세계 오프닝 수익은 6,050만 달러에 그쳐, 당초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흥행 부진은 리부트를 목표로 했던 트론 프랜차이즈의 미래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전작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
‘트론: 아레스’의 개봉 첫 주 성적은 2010년에 개봉했던 전작 ‘트론: 새로운 시작(Tron: Legacy)’의 오프닝 수익 4,4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트론: 아레스’의 흥행 성적은 전작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는 디즈니가 기대했던 폭넓은 관객층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다는 명백한 신호입니다. 전 세계 수익 역시 6,050만 달러에 그쳐, 대대적인 반등 없이는 손익분기점 달성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관객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출구조사 결과인 시네마스코어(CinemaScore)에서 B+ 등급을 받았고, 일부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이것이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미지근했던 비평가들의 반응과 전작과의 긴 공백 기간이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번 실패로 디즈니는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 흥행 실패작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흥행 실패 요인 분석
1. 너무 길었던 공백기
일반적으로 영화 제작사들은 속편 제작 시, 전작의 흥행 열기가 식기 전에 빠르게 후속작을 내놓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트론 시리즈는 예외였습니다. 1982년 원작 ‘트론’ 이후 28년 만에 ‘트론: 새로운 시작’이 개봉했고, ‘트론: 아레스’는 그로부터 다시 15년이 지나서야 관객을 찾았습니다. 디즈니는 긴 공백기 이후에도 비교적 선전했던 ‘트론: 새로운 시작’의 사례를 기대했을 수 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2. 주연 배우 자레드 레토의 한계
자레드 레토는 연기력과 별개로, 흥행을 보장하는 배우는 아니었습니다. 그가 주연으로 출연하여 북미에서 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영화는 윌 스미스, 마고 로비 등 스타들이 함께한 앙상블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가 유일합니다. 주연작이었던 ‘모비우스’는 7,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 세계에서 1억 6,270만 달러를 버는 데 그쳤으며, ‘블레이드 러너 2049’, ‘하우스 오브 구찌’ 등 주요 역할을 맡았던 다른 영화들도 흥행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의 여성을 상대로 한 성추문 의혹 역시 영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3. ‘레거시 시퀄’의 흥행 불확실성
과거의 명작을 현대로 가져오는 ‘레거시 시퀄’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흥행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탑건: 매버릭’처럼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작품도 있지만, 수많은 영화들이 실패의 쓴맛을 보았습니다. 과거의 향수만으로는 새로운 관객을 끌어들이기에 역부족이었던 것입니다.
4. 비평가들의 엇갈린 반응
흥행에 비평이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긍정적인 평가는 분명 도움이 됩니다. ‘트론: 아레스’는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57%를 기록하며 ‘신선함’ 등급 기준인 60%를 넘지 못했습니다. 이는 전작 ‘트론: 새로운 시작’의 51%보다는 소폭 높은 수치이지만, 대중의 기대를 모으기엔 부족했습니다. 원작 ‘트론’ 역시 60%로 겨우 ‘신선함’ 등급에 턱걸이하는 등, 트론 프랜차이즈는 시리즈 내내 비평가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트론: 새로운 시작’ 속편이 아닌 이유
사실 디즈니는 ‘트론: 새로운 시작’ 개봉 두 달 전인 2010년 10월부터 속편 개발에 착수할 만큼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당시 영화는 1억 7,0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전 세계에서 4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속편 제작의 명분을 만들었습니다. 가렛 헤드룬드, 올리비아 와일드 등 주연 배우와 감독의 복귀가 예정되었고 2015년 3월에는 제작이 공식 승인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개봉한 디즈니 영화 ‘투모로우랜드’가 흥행에 참패하자, 디즈니는 두 달 만에 ‘트론’ 속편 프로젝트를 전면 취소했습니다. 몇 년 후, 디즈니는 방향을 바꿔 현재의 ‘트론: 아레스’ 개발에 착수하게 된 것입니다. ‘트론: 새로운 시작’의 직접적인 속편이 더 나은 성적을 거두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팬들은 취소된 속편에 대한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