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트 퓨처 펀드 출범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이 개관 25주년을 맞아 화려한 갈라 행사를 열고, 테이트 갤러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금 마련 프로젝트인 ‘테이트 퓨처 펀드(Tate Future Fund)’의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이 기금은 테이트의 장기적인 재정 안정을 도모하며, 세계적 수준의 전시 기획과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런던 테이트 모던의 터빈 홀에서는 수백 명의 저명한 예술가들과 자선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테이트 이사회 의장 롤랜드 러드(Roland Rudd)가 이 기금 출범 소식을 전했다.
2030년까지 1억5천만 파운드 목표
테이트는 2030년까지 총 1억5천만 파운드(약 2,6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며, 현재까지 개인 기부자, 재단, 이사회 구성원 등을 통해 약 4,300만 파운드가 이미 모금된 상태다. 이는 영국 내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야심찬 모금 캠페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테이트 디렉터 마리아 볼쇼(Maria Balshaw)는 “이 기금은 단기적인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테이트가 앞으로도 번창할 수 있도록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미국의 주요 미술관들은 이미 이와 유사한 기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예술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를 위한 안정적 기반 마련
볼쇼 디렉터는 이어 “테이트는 전시, 소장품, 대중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공공성을 추구해왔고, 이러한 가치를 지속하려면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며 “이 기금이야말로 테이트의 창의성을 지속적으로 촉진하고, 우리가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 적자와 새로운 운영 모델 모색
테이트의 2023-2024 회계연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테이트 이사회는 자생적 수입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용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함에 따라 또 한 번의 적자 예산을 승인했다. 이사회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지속 가능 운영 모델 개발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4개 갤러리, 다양한 수익 구조로 운영
영국 내에는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등 총 4곳의 테이트 갤러리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은 정부 보조금 외에도 유료 전시, 멤버십, 카페·기념품점 운영, 민간 기부 등 다양한 수익원을 통해 재정을 조달하고 있다. 특히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 테이트 리버풀의 상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무료 입장 정책, 유지될 수 있을까?
향후 무료 입장 정책 유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볼쇼 디렉터는 “무료 입장은 2000년대 초 노동당 정부 시절 도입된 정책으로, 영국 박물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제도이며, 많은 방문객들이 전시 관람료를 지불할 여유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가능한 한 이 정책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예술계를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 투자
테이트 퓨처 펀드는 단순한 기부 캠페인을 넘어, 영국 문화예술계가 직면한 장기적인 재정 불안을 해소하고, 전 세계 미술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다. 이를 통해 테이트는 향후에도 창의적인 전시와 공공 프로그램을 지속하며, 세계적 예술기관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